동학 수운 최제우의 도, 시천주 성경신으로 요약

한알님과 합일된 존재 나와 우주는 하나라는 각성

박희규 본궁, 시천주 성경신으로 음양일치로 하나

표현과 체험의 맛은 다르지만 정점은 둘다 한가지

▲서기 2025.04.11. 대순진리회 서울 중곡도장 옆 골목에서 박희규 본궁(사진 오른 쪽에서 세번째 파랑색 두루마기 차림)이 시위님들과 함께 본궁 등극식에 앞서 고 박한경 대순진리회 진영앞에서 예를 갖추고 있다.

서기 19세기 말 우리나라는 밖으로는 외세 침략과 안으로는 중국인 주자의 성리학 지배 질서가 무너지면서 망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나라를 구하고 백성을 평안케 하고자 떨쳐 일어난 이가 있었으니 수운 최제우였다. 그는 서양의 서학(천주교)이 백성의 정신을 점령해 나가자 정신을 서양 오랑캐에게 빼앗기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하였다.

우리 정신을 지키고 서학에 대항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나섰다. 당시 조선을 지배하는 성리학으로서는 서학을 이길 수 없다고 여겼다. 21세 때인 서기 1844년에 시작하여 서기 1854년 까지 10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세상과 민심을 돌아보았다. 다시 서기 1854년부터 구도와 수도에 정진한 끝에 서기1860.04.05. 마침내 궁극적 실재, 한알님을 깨달았다.

이후 서기 1863.12. 부패 타락한 조선 정권의 미움을 받아 혹세무민한 죄로 경북 대구 장대에서 처형될 때까지 전도 곧, 포덕하는 공생에를 살았다. 최 수운의 삶 전체를 보면 예수의 삶과 닮은 점이 너무 많다.

동학 최수운 깨달음의 요체는 주문21자(시천주)로 요약된다.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 지기금지원위대강至氣今至願爲大降”이다.

시천주는 안으로는 한알님의 말씀이 내리고 밖으로는 기운으로 화하는 것으로 결코 한알님과 떨어져 있을 수 없고 내 안에 천주 곧, 한알님을 모시고 있다는 것이다. 조화정은 함이 없이 저절로 되어[無爲而化] 한알님의 크신 덕에 합하고 한알님의 마음으로 고정되어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영세불망 만사지는 앞 구절이 핵심이고 부수적인 의미로 파악돼 풀이를 생략한다.

“지기금지원위대강”에서는 기가 제일 중요하다. 기는 나와 우주에 약동하는 허령으로 꽉 찬 하나의 기운이다. 단순한 물리적인 기가 아니라 파동치는 고요한 영성으로서의 기운이다. 이 지극한 기운이 지금 나에게 크게 이르러 내리길 비는 것으로 풀 수 있다.

▲ 동학 창시자, 수운 최제우 존영. 그는 젊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구도와 세상 실정을 돌아보았다. 고향경주에 돌아와서 도는 밖에서 구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내면 기도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보고 적멸굴에 들어가 기도를 하는 등 수도에 힘썼다. 서기1860년 4월 5일(음력) 접신현상을 체험하며 한알님을 만났다.

최 수운이 자기가 체험한 기氣를 혼연일체 하나의 기라고 하였는데 모든 것은 한 덩어리라는 깨달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인 우리는 세상이 온통 너와 나, 이것과 저것, 선과 악, 좋은 것과 싫은 것 등으로 다 나뉘어 보인다. 최 수운은 한알님을 각성하고 이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수운의 도를 정리하면 안으로는 개체로서의 내가 전체로서의 한알님에 녹아들어 한알님으로서의 나로 거듭난 도이다. 불교나 유교 도교 기독교와 다른 점은 최 수운의 도는 인격신과 비인격신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이다. 최수운의 도는 내가 한알님이라는 자각이고 체험을 통한 이해다.

그는 자신의 도를 지금도 없었고 과거에도 없었다고 하며 유불도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자신만의 고유한 도임을 천명하였다. “유도불도루천년에 운이 역시 다했는가.”라는 말은 자신의 도와 다른 당시 유교와 불교가 운이 다하고 자신의 도 시대가 왔음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학에 대하여도 많은 강점이 있으나 “신무기화지신身無氣化之神”이라고 비판하였다. 이는 서학의 야훼[여호와]는 몸을 지극한 기운으로 신성하게 변화시켜 주지 못하는 신이라는 뜻이다.

지극한 기운이 몸에 접하면 수운의 말대로 “가는 몸이 굵어지고 검던 낯이 희어졌네, 어화세상 사람들아 선풍도골 내 아닌가.” 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몸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변화한다. 누가 봐도 신의 기운으로 가득한 몸이 되는 것이다.

최 수운은 시천주를 하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하였고 시천주에 임하는 자세를 성경신誠敬信으로 요약해 주었다. 이는 최 수운의 도를 요약한 것으로 『동경대전』, 「좌잠」에서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나의 도는 박하고 약하며 말과 뜻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다른 도와 이치와 특별히 다르지 않다. 성경신 석자다(吾道博而約, 不用多言義, 別無他道理, 誠敬信三字, 『東經大全』, 「座箴」).”

▲ 서기2025.04.11. 대순진리회 서울 중곡도장 옆 골목에서 박희규 본궁 등극식이 있었다. 사진 왼쪽에 두번째 마이크를 끼고 있는 이가 대진민본 박종구 대표. 네번째 파랑색 두루마기 차림이 박희규 본궁.


대순진리회(대진회)의 박희규 본궁도 대순진리회의 제2인자로서 대진회를 이끌면서 성경신을 강조하였다. 그는 서기 1986.07.12. 대순 115년 대순회보에서 성경신이 수도의 요체임을 밝혔다. 또한 수도의 핵심으로 시천주를 사용하였다.

이 같은 수도를 한 결과를 서기 2025.04.11. 대순진리회 중곡도장 앞에서 거행된 본궁 등극식을 마치고 축하 연회에서 드러냈다.

박희규 본궁은 “나는 여자도 되고 남자도 된다.”라고 선언하였다. 다시 외쳤다. “나는 여자도 되고 남자도 되지, 나는 남자만도 아니고 여자만도 아니다.”

이것은 음과 양의 합일을 말하는 것이며 음과 양의 합일은 인간의 차원인 이원성을 초월했다는 의미다. 보이는 세상은 음과 양, 여자와 남자로 나뉘고 선과 악, 갈등과 분열, 분별의 굴레 속에 있다. 그의 선언은 이 굴레 속에서 해방되었다는 말이다.

이제까지 온통 나뉘어 보이고 갈라져 보이던 세상이 이제는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는 말과 같다. 최 수운은 선과 악을 판별하지 않는[不擇善惡] 한알님을 깨달았는데 이 말의 다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또 한 덩어리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동귀일체同歸一體를 말하였는데 남자와 여자가 합일된다는 뜻을 담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다. 남자도 되고 여자도 된다.”는 박희규 본궁의 선언과 다르지 않다.

수운 최제우와 박희규 본궁은 출발점과 여정은 달랐지만 도착점인 정상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현도 다르고 득도의 체험도 달랐을 것이지만 의미하는 바의 실체는 같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더구나 박희규 본궁이 수운 최제우의 시천주와 성경신을 이어받아 “나는 여자도 되고 남자도 되지, 나는 남자만도 아니고 여자만도 아니다.”라는 경지에 올랐다는 점에서 수운 최제우의 도와 박희규 본궁의 도는 한 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