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9돌 한글날, 대통령과 정부 한글날 경축하고 기려

우리말을 바르고 쉽게 쓰는 문화 확산하겠다고 다짐

정작 이 경축사에 “뉴미디어, 비젼”등 미국말 오남용

정부와 국가매체들 한글날 일회성 행사로 매년 반복

구소은 작가에게 한글날은 일 년 365일로 국어 수호

▲올해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한글을 창제한지 579주년이다. 자료: 구소은

다시 한글날이다. 올해 579돌 한글날은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어 기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글날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나라와 민족의 바탕을 이루는 뜻깊은 날에 나라를 대표하는 자가 정작 참석하지 않고 있다. 개천절에 이어 한글날 경축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글날은 자신의 얼굴책에 <위대한 한글,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원천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짧게 글을 올렸을 뿐이다.

더구나 광복절에 광복80주년을 축하하고 한글날에 한글을 찬양하면서도 일제가 파괴하고 없애버린 한글, 훈민정음을 복원하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일제가 없애버린 한글 훈민정음은 반치음, 아래아, 비음순경음 등이 있다. 이들 발음기호를 복원하면 영어 철차, 제트(Z), 에프(F), 알(R) 등을 표현할 수 있다.

한글날 경축식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하여 한글날의 의미를 새기고 우수성을 널리 자랑하였다. 그는 여러 매체를 통하여 “바르고 쉬운 우리말 쓰기 문화를 확산하겠다.”라고 다짐하였다.

그러나 정작 이날 자신은 미국말을 수시로 섞어 우리말을 오염시켰다. 자기가 미국말을 섞어 쓴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지경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가 이날 국어를 오염시킨 미국말은 “뉴미디어, 비젼, 프로그램, 소셜미디어, 에이팩” 등이다. 이들 미국어는 각각 “언론매체, 전망, 방법, 누리망,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아태정상회의)” 등으로 얼마든지 순화할 수 있었다. 이보다 더 잘 순화할 수 있는 우리말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거리에 나가보면 이곳이 미국인지 한국인지 알 수 없다. 온통 미국말 간판으로 뒤범벅되어있다. 미국어 간판으로 도배된 속에서 간혼 한국말 간판을 보고 여기가 한국이라는 것을 감 잡는다.

김민석 총리가 “바르고 쉬운 우리말 쓰기 문화를 확산하겠다.”라고 하였는데 과연 얼마나 피부에 와닿게 실행하는지 지켜보겠다. 국가 기간방송이나 정부는 한글날에만 한글 우리말을 기리고 우수성을 알리는 일회성 행사로 끝내 왔다.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으리라고 본다.

이런 정부의 일회성 한글날 기리기에 반기를 든 이가 있어 신선하게 다가온다.

주인공은 중견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구소은 작가다. 구 작가는 작품을 자주 내놓지는 않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굵직굵직한 작품을 내놔 독자층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는 자기의 얼굴책에 한글날이 자신에게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담백하게 밝혔다. 그는 “내게는 한글날이 특별하지 않다.”라며 “일 년 열 두 달 365일이 한글날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글을 무수히 다루는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 최대한 우리말을 쓰려고 한다고 글쓰기 철학을 밝혔다.

영어 사대주의에 찌들고 영어에 환장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자신도 입에 영어식 단어 익었다고 고백하면서도 의식적으로 소설을 쓸 때는 “사전을 찾아 최대한 우리말로 대체하고 거기에 맞게 문장을 가다듬는다.”고 소설 한 작품이 나오는 속사정을 전하였다.

그가 이렇게 우리말을 의식적으로 지키게 된 계기는 일본인들의 작품에 외국어가 남발한 것에 의문을 가지면서다. 영어 발음이라도 제대로 썼으면 그나마 괜찮을 텐데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고 하였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소설에도 눈에 띄었고 책 제목에서도 나타났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이런 영어식 단어 제목을 단 책은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단호함을 드러냈다. 이러한 태도는 국어를 써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워낙 미제영어 사대주의가 판을 치는 가운데 너도나도 우리말은 ‘촌스럽고 구태스러워’서 우리말에 미국영어 단어 못 섞어 써서 환장한 세태 속에서는 우리말 지키기를 견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지 구 작가는 “내게 뾰족한 모서리가 아직 많다는 걸 안다.” 라며 참담한 국어 현실 앞에 자의식을 드러냈다. 그러나 곧바로 이러한 세태에 절대로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큰 작가들이 쓴 소설을 보면 느껴진다.

그 속에 우리말 사랑이 담겨 있더라.

내가 닮고 싶은 것은 그분들의 사랑이며 노력이다.

언어의 마술사까지는 못 되어도, 숨어 있는 우리말을 캐어내는 광부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구소은 작가가 이제까지 내놓은 굵직한 소설은 다음과 같다.

<검은모래> <무국적자> <파란방> <종이비행기> <에펠탑을 폭파하라>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검은모래>는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받은 력작이다. 또한 세종 도서 우수도서로 선정되었으며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제주 43 민중봉기를 다룬 책으로 한국 현대사의 쓰라린 중요한 장면을 서술한 역사책이기도 하다는 평을 받는다.

▲외세에 짓밟힌 한국현대사를 제주43의 비극으로 밝힌 구소은 작가의 검은모래. 자료: 구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