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도영(시사평론가)

교활한 김민석, 사태 해결을 李 정권 공적으로 돌려

외환은행은 공적관리가 필요한 국유 자산인 금융기관

2003년 론스타, 외환은행 1조원대 인수 4조원대로 되팔아

외환은행 매각, 불법적 반규범적으로 국가가 승인

외세와 결탁한 관료집단과 매국적 정치권이 결합한 것

매각 설계자와 외세이익 대변한 책임자 색출해 처벌해야

▲로무현 정권에서 국유자산인 외환은행을 외국자본에 불법매각하는 일이 벌어졌다(편집인). 자료: 서도영


진짜 배상해야 할 자는 누구인가, 론스타보다 위험한 한국의 공모체제

김민석 국무총리가 11월 18일 긴급 브리핑을 진행했다. 론스타를 상대로 한 분쟁에서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받아 4000억원 규모의 정부 배상 책임이 소급하여 전부 소멸되었다고 발표했다.

론스타와의 22년 대결은 ‘완승’이라 불릴 만하지만, 완전한 승리는 아니다. 2022년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부가 한국 정부에 2억1,650만 달러의 원금과 이자 지급을 명한 판정은 2025년 11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의 결정으로 전부 취소되었다.

이로써 정부가 부담해야 할 원금, 이자 의무는 소멸했고, 취소 소송 비용 약 73억 원은 론스타가 부담하라는 판단이 나왔다. 정부가 약 4,000억 원 규모의 배상 책임에서 벗어났다는 발표가 나온 이유다.

이번 판정 취소는 법리적으로도, 통계적으로도 예외적인 사건이다. ICSID 자체 통계에 따르면 1972년 이래 산출된 503건의 판정 가운데 ‘전부 취소’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전부 취소 8건이며 일부 취소도 17건에 불과하다. 이는 취소 제도가 예외적이고 제한적 구제라는 점을 확인하며 이번 한국 정부의 승소가 얼마나 어렵고 드문 결과였는지 보여준다.

승소의 직접 설계자는 2023년 당시 법무부 장관인 한동훈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발표에서도 한동훈의 이름을 뺐으며, 이재명 정부가 취소 소송을 끝까지 끌고 간 결과를 강조하였다. 하지만 정치적,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며 소송을 밀어붙인 한동훈의 결단이 없었다면 이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발표에서도 한동훈의 이름을 뺐으며, 이재명 정부가 취소 소송을 끝까지 끌고 간 결과를 강조하였다." 자료: 문화방송 보도 발췌 갈무리


한편 한국 정부와 론스타가 모두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는 사실은 이 사건이 단순한 승패 논리를 넘어 복잡한 이해관계와 전략적 선택의 산물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판정 취소를 ‘완전한 정의의 회복’이라 받아들여도 될까? 아니다. 결과에 대해서 환영하더라도 이는 다른 문제다. 사건의 핵심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론스타가 어떻게 외환은행을 매입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누가 이익을 보았는지를 끝까지 밝혀야 한다.

사실관계를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약 51%)을 약 1.38조원에 인수했고, 2012년 하나금융그룹에 매각하며 대략 3.9–4.4조원 규모로 처분했다는 것이 알려진 정보다.

그 중간에서 이루어진 ‘콜옵션’ 행사, 배당, ‘블록세일’ 등을 고려한 총투자와 회수 규모를 산정하면, 순이익이 수조 원대에 달한다는 계산이 통용된다. 즉 합법적, 제도적 명분이 덧씌워졌을 뿐 결과적으로 거대한 자본 이득이 발생했다.

중요한 사실들을 검토해 보자.

첫째, 외환은행은 공적 관리, 국유 자산으로서의 성격을 가진 금융기관이었다.

둘째, 론스타는 산업자본 배제 규정 등 은행 대주주로서의 자격에 대해 논쟁의 대상이 된 사모펀드였고, 실제로 ‘은행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처음부터 제기되었다.

셋째, 이를 승인한 주체가 한국 정부였다는 사실이다.

무슨 말인가? 애초부터 불법적이고 반규범적인 거래가 ‘국가 승인’이라는 보호막 아래에서 진행되었다면, 이 문제는 국제재판에서 배상 책임을 면하는 것만으로 사건의 본질적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세 가지 지점이야말로 사건의 구조적 성격을 규정한다.

국가는 왜 달콤한 달러에 손을 내밀었는가. 2000년대 초중반의 관료들과 정치적 환경을 보면 답이 나온다. 신자유주의적 규제완화와 외국자본 유치라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 담론이 팽배했고, 관료집단 일부는 금융시장 개방을 국익 혹은 구국의 결단이라 포장했다. IMF의 규율을 모범으로 삼던 관료들, ‘국내 자본보다 외국 자본이 낫다’는 경제 엘리트의 사대의식, 그리고 눈앞의 이익만 쫒는 정치권이 결합해 규제 공백을 만들었다.

결국 ‘누가 먹었나’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어떻게 그 길이 열렸는가’이다. 이 질문에 대해 답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유사한 형태의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판정 취소가 가지는 정치·사회적 의미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이번 승리는 분명히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한 장면의 승리’가 구조적 문제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론스타 사건은 단지 한 투자자가 법원에서 패소하거나 승소한 사건이 아니라, 공적 자산의 관리와 규제의 부재, 관료·사법·정치가 한통속이 되는 관행, 외국 자본 유치에 대한 무비판적 추종이 결합해 만들어진 제도적 실패의 산물이다.

이번 판정 취소는 국가가 외환은행의 불공정 처리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이제는 더 많은 질문을 해야 한다. 누가 이 구조를 설계했고, 누구의 이익을 대변했는가? 책임 추적과 제도 개혁 없이 단지 ‘배상금을 내지 않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사건을 종결시키는 것은 경제적, 역사적 불의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이번 판정을 국가적 반성과 제도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 진정한 의미의 ‘국익 수호’를 실현하자.

출처: https://www.facebook.com/taehyun.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