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범주(한의사)
대일독립전쟁은 전반기는 민족주의 계열이,
후반기는 사회주의 계열 독립투사들이 수행
청산리 전투 이후 만주에 항일 빨치산 투쟁
모택동 중국 석권, 소련군의 관동군 격퇴에
항일 빨치산, 조선 인민혁명군이 결정 역할
▲ 815해방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편집인 주) 자료:초록비 책공방
[다시 쓰는 해방의 역사. 김이경. 초록비 책공방]'을 읽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일제 강점기 무장투쟁은 1920년대 초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 등 민족주의 계열 독립군이 행한 정도다.
하지만 실은 본격적인 무장투쟁은 1930년대 초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만주 젊은 조선 공산주의자들이 조직한 반일인민유격대, 그것을 계승한 조선 인민혁명군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 기간에 끊임없이 행해진 전투 횟수가 수만 회고 그 오랜 투쟁에 참가한 인원은 수만, 수십만을 헤아린다고 한다.
분단되어 남쪽에 사는 우리는 대부분 만주에서 있었던 항일 빨치산 무장투쟁의 역사를 모른다. 만주에서 싸웠던 항일 빨치산 대부분이 지금 조선의 건국, 건당, 건군 과정에 참여하여 그쪽의 역사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만주 항일 빨치산들이 주축이 되어 건설한 조선을 이 나라 한국이 적으로 보니 그 역사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하여 대부분 우리가 생각하는 독립운동의 역사는 안중근, 유관순, 홍범도, 김좌진, 김구의 임시정부, 윤봉길, 나석주...정도고 좀 더 안다고 해야 일찌감치 좌절한 좌익 사회주의운동 정도다. 아, 중국 본토에서 홍군에 참여했던 분들도 계시는구나.
그렇다면 만주 항일 무장투쟁의 역사는 우리 민족 전체의 역사인가, 아니면 조선만의 역사인가.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그곳에서의 무장투쟁이 뭐 그리 대수였겠느냐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만주 조선인 항일 무장투쟁으로 일본군 최정예 만주 관동군 상당 역량이 발목을 잡혀 중국 본토 관내로 진격하지 못했고, 소련 시베리아 방향으로도 군사력을 투사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당시 조선 만주 조선인들이 중국과 (당시의) 소련에 실은 만만찮게 이바지한 셈이다.
심지어 모택동 홍군이 만주 장악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여 중국 공산당이 대륙 전역을 석권하는 것을 결정적으로 도왔으니 결국 그분들은 세계사적 차원에서도 세상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우리는 보통, 38선 북쪽에서의 일본군 무장해제는 전적으로 소련군에 의해 이루어졌고 김일성은 소련군 하급 장교 정도의 위상을 가지고서 소련군 지원을 배경으로 해서 북 권력을 잡았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1945년 8월 9일 소련이 일본에 선전포고함과 동시에 조선 빨치산들이 (관동군이) 소련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한 견고한 방어 진지들을 선두에서 파괴, 돌파하며 소련군의 공격로를 열고 기층의 조직된 세력들과 함께 배후 타격으로 관동군에게 큰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만주와 반도의 북부 광대한 영역에서 강하게 저항하는 일본군을 단시간에 굴복시킬 수 있었다. 반도 북부 각지에서 사전에 오랫동안 조직하고 준비한 민중 역량을 총동원하여 일제 권력 기관들을 파괴, 접수, 친일파들을 축출하고 인민위원회를 건설했다.
즉, 소련군이 반도 북쪽에서의 해방을 우리에게 선물로 준 것이 아니라 주되게는 우리 민족 자체 역량으로 반도의 북부를 해방했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남쪽의 엘리트들은, 얼마 전 독립기념관 관장이 말했다시피, 한반도 해방을 미국이 일제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결과의 부산물 정도로 간주하고 있다. 말하자면 한반도의 해방을 미국이 우리에게 준 고마운 선물 정도로 보는 것이다.
해방에 대한 남과 북의 견해는 이렇게 다르다. 무엇이 옳은가. 이 문제는 위에서 제기했던 의문과 연결되어 있다. 만주 항일 빨치산 투쟁의 역사는 北에 있는 조선만의 것인가 아니면 남쪽 우리의 역사이기도 한 것인가.
만주에서의 무장 독립투쟁에 반도 전역, 우리 민족 전체가 참여했다. 그 투쟁을 우리 민족 전체의 것으로 본다면 우린 우리의 역사에 대해 좀 더 큰 자부심을 갖고 해방을 우리가 쟁취한 성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그 투쟁의 역사를 우리와 무관한 것으로 본다면 해방을 미국이 우리에게 준 선물로 간주하고 미국에 대한 고마움에 감읍하며 우리 역사를 왜소하고 초라한 그 어떤 것으로 보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문장은 간결하여 읽기 쉽고 양도 많지 않다. 그렇지만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간략하게 서술된 이야기들을 풀어 이야기한다면 아마 수십 권 책도 모자랄 것이다.
하지만 약간의 상상력만 발휘하면 그 짧은 글에 녹아있는 사연들의 절절함, 그 당시 사람들이 견뎌내야 했던 고통, 그 고통을 이겨내는 견고한 신념, 이론적 모색의 치열함 등을 포착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르면서 살았지만 거대한 실체로 엄연히 존재했던 그분들 투쟁의 기록을 읽으며 이와 관련된 화두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그분들 투쟁의 역사는 남북 아우르는 민족 전체의 것인가 아니면 조선만의 것인가. 우리의 해방은 우리 투쟁으로 쟁취한 것인가 아니면 미국이 선물로 우리에게 선사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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