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효백(전 경희대 교수)
소금장사 해질녘 장대령 넘다 보따리 주워
하룻밤 보내려 깊은 산골 오두막 들어가
30세 즘 보이는 고운 여인이 맞이해 줌
여인, 보따리 보고 남편 호환피해 직감
소금장사와 남편 죽인 호랑이 찾아 나섬
호랑이 따돌리고 남편 시신 찾아 집으로
여인, 뒤쫓아 온 호랑이 도끼로 찍어 죽여
집 불살라 남편 시신 안고 불에 뛰어들어
▲호환을 당한 이야기가 조선왕조실록에도 많이 나온다(편집인 주).
남편 잡아먹은 호랑이 죽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 시대 호랑이 실화 5선
1. 동서무비 조선인정 미담집 "남편 위하여 호랑이 잡고 순사한 산중미인"
<별건곤 제12호>1928년 5월 1일 발행
1890년대 강원도 통천에 이민(李民)이라는 소금장사가 있었다. 그는 소금 네 말을 등에 지고 회양골 장양면이라 하는 깊은 산골을 찾아갔다. 하루는 높고 험한 장대령(長大嶺) 고개를 넘어가게 되었는데, 해가 점점 기울어져 황혼이 산을 덮어왔다.
무서운 생각으로는 한 걸음도 발이 나가지 않았지만, 죽을 용기를 내어 한 5리쯤 올라갔다. 그런데 고갯길 가운데 자루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깊은 산골에 자루가 어찌하여 떨어져 있을까” 자루를 소금 짐에 얹어서 계속 올라갔다. 뜻밖에 조그마한 오막살이 집 한 채가 보였다. 집 문 앞에 가서 주인을 불렀다.
집안에서 젊고도 고운 목소리로 “누구세요?”하면서 나이가 한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어여쁜 미인이 나왔다.
“이처럼 깊은 산골에서 날이 어두웠으니 하룻밤 자고 가게 해 주십시오”
청하니 그 미인은 서슴없이 “그러시지요. 이 밤중에 산길을 가시면 대단히 위험하지요” 친절히 맞아 드려서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소금장수는 소금 짐을 문 앞에 버려놓고 방 안에 들어가 누웠다. 여인은 저녁을 차리느라고 분주히 드나들다가 소금 짐에 끼인 자루를 집어 들고는
“여보세요. 이 자루가 손님 것이어요?”하고 물었다.
“아니에요. 이 고개 밑에서 누가 떨어뜨린 자루를 주워 가지고 온 것이오”
여인은 털썩 주저앉으며 울부짖었다.
“아아 이 일을 어쩌나 제 남편이 호환(虎患)을 당하셨소”
소금장수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는데, 여인은 눈물을 뚝 끊고 정색하며 말했다.
“이왕 일이 이 지경이 된 바에야 울면 무슨 소용? 좌우지간 시체나 찾아와야겠네요” 연이어 단호한 목소리로 “손님! 당신께서 오늘 저녁 이런 불행한 집에 와서 자게 된 것도 역시 당신 팔자니 불가불 나 하나라는 대로 하여 주셔야 하겠소”.
소금장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자 어찌할 줄을 모르고 그저 몸만 벌벌 떨고 있었다. 여인은 마당에 나가서 싸리나무에 불을 붙인 횃불을 치켜들고
“손님! 어서 나서세요, 이 횃불을 잡고 뒤따라 오세요”
소금장수는 “이 밤중에 어디를 가자고 합니까? 나는 무서워서 못 가겠소”하고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여인은 앙칼진 목소리로 절규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시체도 못 차지 않을 바에야 당신을 죽이고 나도 죽을 수밖에 없지요”하고 부엌에 가서 식칼을 가지고 소금장수에 달려들었다.
정신이 반쯤 나간 소금장수는 여인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횃불을 밝혀 자루 있던 곳까지 더듬어 갔다. 과연 주변엔 새빨간 핏자국이 선명했고 호랑이 발자국까지 남아 있었다. 여인은 미쳐 날뛰는 사람처럼 핏자국을 따라 머루 다래 칡이 엉킨 삼림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큰 바위 아래에 얼룩 호랑이가 시체를 옆에 놓고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여인은 번개처럼 호랑이 옆으로 뛰어들어 시체를 어깨에 메고 달려 나왔다. 밥을 앗긴 호랑이는 여인의 치맛자락을 물 듯이 쫓아왔다. 여인은 소금장수를 향하여 외쳤다.
“횃불을 들고 뒤따라 오시겠나요? 시체를 지고 앞장서 가시겠나요?”
소금장수가 두 가지 다 못할 일이지만 시체를 등에 지기는 하도 무서워서 횃불을 들고 여인을 뒤따라가니 호랑이가 발뒤꿈치까지 달려들었다.
소금장수는 “나는 시체를 지고 앞에서 가겠소.” 횃불을 여인에게 건네주고 시체를 메고 집에까지 달려왔다. 여인은 남편의 시체를 움막 속에 들여다 놓고 움 안에서 도끼를 치켜들고 서 있었다.
호랑이가 머리를 움 속으로 겨우 비비여 들어 시체를 물어가려고 하는 순간. 여인은 도끼로 힘껏 호랑이 머리를 내리쳤다. 머리가 두 쪽으로 쪼개진 호랑이는 비명도 못 지르고 죽어버렸다
그럭저럭 날이 밝은 후에 소금장수는 소금 짐도 내버리고 집을 떠나는데 여인은 감사의 뜻을 말하고 궤에서 인삼 한 뿌리와 베 한 필을 주면서 집 안에 있는 거라고는 이것뿐이니 받아 가기를 간청하였다.
소금장수는 사양하다 못하여 그것을 받아 집을 떠나 나왔다. 지옥에나 끌려갔다 나온 만큼 시원하고 후련한 마음으로 한 참 나오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 여인은 자기 손으로 자기 집에 불을 질러놓고 남편의 시체를 안고 불 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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