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송영애(시사평론가, 미국 LA 거주)

트럼프, 불법체류자 체포 항거 시민 폭력 진압

미국 다국적기업, 멕시코 등 남미 주요 경제 장악

미국서 못하는 것 저개발 국가서 멋대로 불법 착취

멕시코 식량자급률 급락, 소농 몰락과 농촌 붕괴

민명화로 물가 폭등과 생존 기초 생수도 못 마셔

부패 정치세력과 짜고 민영화 추진 뒤 생겨난 참사

생존위해 미국으로 탈출, 미국 기피업종에 종사

▲ 미국 LA 시내에서 경찰이 시위자를 향해서 최루탄 가스를 쏘고 있다(편집인 주). 자료: 에이비씨 뉴스 발췌.


불법체류 사태의 주범은 신자유주의 수탈로 남미 인민들의 삶을 파괴한 미국 제국주의이다.

엘에이에서의 트럼프의 불법체류자 단속과 체포, 추방에 주 방위군이 배치되고, 많은 이민자의 거센 저항이 며칠째 이어지며 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ICE(이민 세관 단속국)는 불법체류 범법자 체포를 내세우며 영장도 없이 마구잡이로 이민자들을 체포 구금하고 여기에 맞선 시위대는 ‘ICE는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다.

시위대열에서 많이 보이는 깃발이 멕시코 국기이다. 무슨 연유로 ICE 반대 시위에 수많은 멕시코 국기가 등장하는가.

1994년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 미국의 거대독점자본들은 멕시코 시장에서 여러 주요 산업을 인수하거나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특히 멕시코의 주요 기간 산업 중 일부는 미국 다국적기업들에 의해 인수되거나 통제되었고, 이는 멕시코 경제와 고용, 산업전반, 농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거의 100년 동안 멕시코에서 사업해온 미국의 씨티은행은 멕시코 기업과 개인 금융의 큰 손이다. 멕시코 금융의 외국 자본 의존도가 심화되었으며, 2008년 세계공황 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멕시코의 통신산업은 AT&T, Telcel의 미국기업이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 월마트는 멕시코 유통업체 Cifra를 인수해 소매시장을 독점하고 공급망과 유통 질서를 장악했다.

멕시코 에너지 산업은 오랜 기간 국영기업인 PEMEX, CFE가 운영했으나 2013년 민영화를 허용하여 ExxonMobil. Chevron, Shell 등의 미국과 국제 석유 가스의 거대 자본들이 진출했다.

최근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대통령의 주도로 민간보다 PEMEX, CFE 등의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철도와 항만, 도로 등의 사회간접자본 기반 시설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1990년대 후반 멕시코 철도 민영화로 미국의 Kansas CITY Southern이 유일한 멕시코와 미국 간 물류 운송으로 핵심 인프라가 되었다.

멕시코의 대표 철강회사 AHMSA는 미국 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일부 미국기업과 합작 생산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BMW, 현대, 벤츠, 마츠다, 아우디 등의 다국적 자동차 업체들의 조립공장이 된 멕시코에서는 장시간 고강도 저임금노동의 착취가 심화하였다.

.멕시코는 1994년의 NAFTA 이후 경제 주권을 빼앗긴 결과, 환경 파괴와 빈부 격차 심화, 지역발전 불균형과 저소득층 소외 등 다양한 사회경제문화적 문제를 일으켰다.

NAFTA 체제하에서의 무분별한 시장개방, 제국주의 거대독점자본의 유입과 공공 부분 민영화의 결과로 멕시코의 물가는 폭등했다.

밀려드는 미국산 농산물은 멕시코 식량자급률의 급락, 소농의 몰락과 농촌의 붕괴로 이어졌다. NAFTA 이후, 멕시코는 주식인 옥수수의 자국 생산을 줄이게 되었고 대규모 농업보조금 지급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미국산 옥수수에 의존하게 되었다.

2023년~2024년간 미국산 옥수수의 멕시코 시장점유율은 99%에 달했다(농민신문 2025년 1월 5일 자). 미국 시장의 가격 변동에 따라 멕시코의 주식인 옥수수와 콩, 또띠야 등의 가격이 급등했고, 2007년 가격이 두 배로 폭등한 또띠야로 인한 폭동까지 발생했다.

멕시코 시장의 가격 결정권은 멕시코 정부가 아닌 멕시코 시장을 지배하는 다국적기업이 갖고 있었다.

▲성난 군중이 순찰차를 세우고 파괴하고 있다. 자료: 에비씨뉴스 발췌.


멕시코의 연간 콜라 소비량은 세계 1위이다. 멕시코 인민들은 상수도시설의 부족으로 마실 수돗물이 부족하여 값싸고 구하기 쉬운 콜라를 마신다. 코카콜라와 펩시는 멕시코 현지 생산과 유통망 독점으로 가격을 낮췄고 농촌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500 ML 생수보다 2L 콜라가 더 싼 것이 현실이다.

저소득층일수록 생수 접근이 어려워 콜라의 의존도가 높아져 비만과 당뇨, 신장병이 급증하는 멕시코는 어린이 비만율이 OECD 최고 수준이다. 건강한 음료를 선택할 수 없는 구조적 빈곤 상태이지만, 멕시코 정부는 다국적기업 코카콜라와 펩시의 정치자금 후원과 광고비 의존도가 높아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남미국가들의 사정도 멕시코와 다르지 않다. 1999년 World Bank(와 IMF)는 외채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볼리비아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볼리비아 정부에 구조개혁 프로그램의 하나로 공기업들을 모두 매각할 것을 요구하였고, 그에 따라 코차밤바(Cochabamba) 지역의 상하수도 시설이 미국의 건설기업인 벡텔(Bechtel)사에 매각되었다.

2만 달러도 채 안 되는 헐값에 상하수도 시설 운영권을 인수한 벡텔은 단 1 주일만에 평균 월수입이 70여 달러였던 코차밤바 지역의 서민들에게 기존의 4배가 넘는 월 20달러 상당의 상수도 요금을 요구했다.

심지어 우물물과 빗물, 공동 펌프 사용도 금지되었고 모든 물은 거대 자본 벡텔의 “사유재산”으로 간주되었다.

이에 “물은 생명이지, 상품이 아니다”의 구호를 외치는 농민과 학생, 노동자들의 총파업과 점거, 시위가 이어졌고, 볼리비아 정부는 민영화 계약을 파기했다.

거대독점자본의 수탈을 위해 ‘물’이라는 공공재의 사유화를 강제하여 조건부 개발지원금 대출을 강요한 세계은행이 제국주의 착취의 첨병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1994년 발효된 NAFTA 이후 멕시코의 빈부 격차는 끝없이 심화 되었고, 생계위협에 직면한 농민들과 비정규직의 장시간 저임금에 시달린 노동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 국경을 넘어 불법체류자가 되고 있다.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멕시코인들은 저임금으로 미국인들이 꺼려하는 분야의 노동을 감당하고 있다. NAFTA 이후 생존 기반이 붕괴되어 국경을 넘는 멕시코인들이 미국의 불법체류자 중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영장 없이 벌어지고 있는 트럼프의 불법체류자 무차별 체포와 추방은 명백한 불법이자 인권유린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왜 남미국가의 노동자, 농민들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고 있는지, 왜 미국에서의 차별과 체포, 추방의 불안에 시달리게 되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 인민들의 불법체류사태 주범은 신자유주의 수탈로 남미 인민들의 삶을 파괴한 제국주의 미국 자신이다.

▲멕시코에서 온 시민으로 보이는 사람이 트럼프의 불법체류자 추방과 이에 저항하는 시민을 폭력진압하는 것에 항의하고 있다. 자료: https://voiceofo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