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현경 (눈메문화기획 대표)

 

‘신성과 하나 되어’ 과정 중 동학 수련에 참여

무조건 주문 외우라고 하고 몸도 힘들어 짜증

제공하는 음식이 채식 위주이고 정갈하여 위안

암기 안 되는 주문 필기도 하고 지루하면 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면에서 “고맙습니다.” 들려

이제는 입에 붙어 노래처럼 일상에서 흥얼거려

▲ 동학 주문21자 체험을 그림으로 그렸다(편집인 주). 자료: 신현경
▲ 동학 주문21자 체험을 그림으로 그렸다(편집인 주). 자료: 신현경

 

동학 수련 체험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천개의 편지: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전 작가노트 중에서

<고맙습니다>(사진)

이제는 고마워해야 할 때.

대학 탈춤반 선배인 윤중님께서 이끄시는 ”신성과 하나 되어“가 23년 백일학교를 시작하였다. 그중에 내가 진행하는 ‘우뇌를 깨우는 아트잉’ 과정을 3박 4일간 들어있었다.

그런데 강사들이 해야 할 조건이 하나 있다. 다른 과정에 적어도 하나는 참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주 용담정에서 하는 동학수련을 갔었다. 생명학 공부 모임을 하며 동학 주문 수련에 대하여 간간이 들어 호기심이 있었던 차였다.

첫날부터 주문 수련을 앉아서 하기 시작하는데 허리가 아프고 다리도 쥐가 났다. 더군다나 무조건 주문을 외우라니 황당한 데다 갈수록 재미가 없어졌다.

이게 뭐냐고??? 앞뒤 설명 없이 무조건 하라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곳 음식은 마음에 들었다. 채식 위주였지만 거의 한 번도 같은 메뉴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짜지 않은 정갈한 맛으로 감동을 주니 버틸 수 있었다.

저녁 나눔에 불편을 토로하니, 다음 날 아침 한 분이 친절하게 앉은뱅이 의자를 깔고 앉으라고 빌려주셨다. 신기하게 허리를 곧게 세워주는데 종일 허리도 무릎도 괜찮았다.

수운 선생님이 하느님과 통하시며 득도하셨다는 용담정에 오르기도 했다. 정자는 비밀스러이 자리 잡은 듯하지만 사방을 살필 수 있는 풍모를 지녔다. 그 정자 옆으로 샘이 있어 물도 마시니 깨끗하고 맑은 공기와 함께 시간이 멈춘듯했다.

이 시간부터는 동학 공부도 선배들의 주문 수련에 대한 경험담을 새기며 잘 넘어갔다. 처음에는 21자 주문이 외워지지 않아 써보다가, 지루하면 뛰쳐나가 젊은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었다.

그러던 와중에 ”고맙습니다“라는 소리가 있었다.

밖에서 나는 소리는 아닌, 내 머릿속 아니 어딘가로부터 들렸다.

아 이제는 고마워해야 할 때!

그래도 주문이 입에 붙은 모양이었다. 서울로 돌아와 햇볕 아래에서 창덕궁 길을 걸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다 주문으로 이어졌다.

이 주문을 흥얼거리는 모습을 건너편에서 운전하며 지나가던 미리암한데 들켰다. 무슨 노래를 그리 즐겁게 하느냔다. 마치 아녜스 바르다와 같이 보였다 하니 듣기 괜찮았다.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누벨바그의 여성주의 감독 바르다와 같이...영화와 일상을 넘나들 듯.

나의 미술로 일상을 넘나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