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도영(시사평론가)


지난 12월 3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의 비무장지대(DMZ) 출입이 불허된 사실을 공개하며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비무장지대 출입 허가권을 비판했다.

이는 그동안 당연시되었던 이땅의 비참한 현실을 다시금 드러냈다. 전쟁도 아니고 비상사태도 아닌 평시, 그저 우리 땅을 밟고자 했던 고위 당국자가 외국 군대의 승인을 받지 못해 발을 들이지 못했다는 사실 앞에 많은 말이 필요 없다. 그는 이 땅에서 가장 높은 자리의 안보 책임자 중 한 명이다. 그런 그조차 DMZ에 들어가기 위해 미국이 통제하는 구조에 의존해야 했다. 정동영은 "국가체면이 말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는 체면의 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이며, 해방과 전쟁 이후 7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질서의 문제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이후 조선은 민족 자주와 대화를 주장해 왔으나 남측에서는 유엔사의 이름을 빌린 미군이 판문점과 DMZ의 출입을 통제해 왔다. 군사적 주권이 회복된 적 없는 상황에서 이 사실은 다소 우스꽝스러운 형태로 표면화되었다. 통일부 장관이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는 것 자체는 의미 있는 행동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의 체제와 정책을 변화시키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이재명은 입으로는 대화를 이야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군비를 증강하며, 대통령 당선 이후 끊임없이 전쟁연습을 지속해 왔다. 한미연합훈련 규모는 20% 이상 늘었고, 국방예산은 65조 원을 넘기게 된다. “정밀타격”, “선제억제” 같은 단어가 정부의 공식 단어가 되었다. 이것이 과연 평화를 준비하는 언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동영 장관은 12월 8일에도 한미연합훈련의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화를 위한 환경을 만들자고 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대통령실에 도달하기도 전에 벽에 부딪혔다. 이재명이 한미동맹 현대화를 중심축으로 삼으며 군비를 늘리고 외교안을 운영하는 동안 통일부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물론 통일부 장관이란 자리도 의미 없어진 지는 오래 되었지만 말이다.

DMZ 출입 불허 사건은 스쳐 지나가는 작은 뉴스처럼 보일 수 있다. 허나 그 이면에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 놓여 있다. 왜 우리는 우리 땅을 마음대로 밟을 수 없는가. DMZ는 남북 모두의 땅이고, 역사적으로 이 땅에서 피를 흘린 사람들은 이 땅의 주민이었다. 그런데 남측 고위 당국자조차 들어가기 위해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존재는 유엔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유엔사라는 이름의, 사실상 미국의 군사조직이다. 그리고 70년이 지났다. 이제 유엔사의 허가란 그저 절차가 아니라 새로운 군사적 질서가 이 땅에 뿌리내린 결과다.

정동영 장관이 분노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분노는 이재명과의 갈등만 만들 뿐, 현실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평화를 말하면서도 제재와 압박, 군사력 강화, 전쟁연습을 지속해 왔다. “대화”라는 단어는 "장식"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책과 행동은 다른 방향을 향한다. 이런 조건에서 정동영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이고, 한미연합훈련의 조정을 건의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너무 늦은 시도이며 권력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줄 뿐이다.

DMZ 출입 불허는 단지 누가 들어갔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의 주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사건이다. 조선은 자기 땅에 자기 뜻대로 들어갈 수 있다. 남측은 아직 그러지 못한다.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는 과연 정말로 광복을 맞이했는가? 이 땅은 식민지에서 해방되었는가? 이 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 땅을 밟지 못한 사건이야말로, 그 질문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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