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철(전 연세대학교 교수, 철학박사)
극좌에서 극우로 전향한 김문수 파괴력 클 것
경북고, 서울대, 3선 의원, 경기도 도지사 2번
한번 시작하면 자기 헌신과 희생, 몰입하는 성격
후보 거머쥔 열정으로 이재명 공략 나설 것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서기2025.05.13. 부산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자료: 국민의힘 티비 갈무리.
국민의 힘의 대선 주자가 김문수 후보로 결정되었다. 결정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은 김문수의 지지율이 야권의 이재명과 대결하기에는 크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당적도 갖지 않은 한덕수를 끌어들여 날치기 대타로 삼으려 했겠는가?
그러고 보면 2025. 6. 3 대선에 대해 여권이 대단히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많은 경우 그들은 이번 대선을 하나 마나 한 선거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김문수에 대한 여권의 기대가 바닥일수록 야권 입장에서 볼 때는 오래간만에 손에 물 한방을 묻히지 않고 대권을 접수하는 것이 아니냐고 희희덕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언하건대 만약 야권이 그런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큰 오산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문수는 생각처럼 그렇게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김문수는 민청 세대이자 노동 운동 1세대 출신이다. 그는 이재오와 함께 민중당을 창당했다가 실패한 후 김영삼이 3당 합당 당시 영입하면서 좌에서 우로 갈아탄 인물이다. 한 마디로 극좌에서 극우로 노선을 전향한 것이다.
이런 극단적 노선 전향만으로도 그가 목적을 위해 얼마든지 수단을 바꿀 수 있는 인물인지 알아야 한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생각이나 태도도 얼마든지 유연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죽일 듯 살릴 듯 경쟁하던 한덕수를 대선 위원장에다 사부로 삼겠다고 한 것이나 과거 자신의 인기와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전광훈 같은 극우 종교인과도 손을 잡은 인물이다.
따라서 그는 이재명을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이재명 전선을 펼쳐서 포괄 정당으로 온갖 인물들을 모을 것이다. 이재명 역시 그 못지않게 유연한 편이지만 그가 오른쪽 깜빡이 몇 번 켠 것 가지고 당장 우경화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민주당 측을 보면 김문수 쪽이 한 수 위가 될 수도 있다.
보수의 단점이자 장점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인데, 김문수는 이런 일에 특화된 인물이다.
두 번째, 김문수는 3선 의원에다가 경기도 지사를 2번이나 연임을 했다. <한겨레>가 판검사 출신의 화려한 경력이 즐비한 국민의 힘의 보수 세력이 길거리 투사에다 사상도 모호한 김문수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 적은 것은 완전히 오산이다.
<한겨레>는 여전히 5.3 인천 사태를 주도한 김문수에 머물러 있지만, 김문수는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출신에다가 그 이상으로 화려한 정치인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이번 경선에서 그가 꺾은 인물들은 나경원과 한동훈, 홍준표와 안철수 등 보수 여권 내 지분을 가진 쟁쟁한 인물들이다.
그들은 경선에서 졌지만, 비대위가 후보 바꿔치기를 하려는 것에 분노하면서 일제히 김문수 편을 들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김문수의 배경에는 한덕수를 지지한 거대한 음모 세력 못지않은 당내 배경이 뒤받치고 있다.
따라서 김문수가 대선 후보로 나서는 순간 한덕수가 후보 될 때 보다 훨씬 더 국민의 힘이 똘똘 뭉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적은 숫자라 하더라도 밀고 들어오는 적진 앞에서 일치단결해 죽기로 싸우려는 세력을 꺾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셋째로, 김문수는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하든 헌신적으로 몰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칸트는 일찍이 선의지가 전제되지 않는 용기와 역량, 성실과 노력 등 고대인들의 덕은 그 자체로 더 큰 악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마도 김문수는 이런 비난의 전형적인 표적이 될 수 있는 인물일지 모른다. 그가 여러 차례 옷을 바꿔 입으면서 했던 일에서 보여주었던 헌신과 희생, 그리고 열정과 노력은 그 방향성만 문제 삼지 않는다면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가 경기도 도지사로 2번이나 재직할 때 열심히 일한 공적은 쉽게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문수는 2009년 한국 “매니페스토” 운동 본부에서 평가하는 공약 이행도 평가(공약 이행 2년 차 목표 달성 최우수, 주민 소통-민관협력 최우수, 웹 소통 최우수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인물은 일벌레라고 할 만큼 일 하나만은 죽도록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 심상정은 김문수에 대해 "김문수는 운동권의 황태자이자 전설, 하늘 같은 선배"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런 열정과 헌신을 가지고 그가 이번 대선에 어떻게 임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미 김문수는 보이지 않는 세력의 사주를 받은 당 비대위의 날치기 후보 교체로 인해 벼랑 끝까지 밀렸지만, 특유의 뚝심과 진정성으로 당원들의 지지를 끌어내어 반전 시나리오를 썼다. 절차적 정의에 호소함으로써 권력 약세를 뒤집은 이번 시나리오는 한국 정당사에 기록될만한 쾌거이다.
이에 따라 그는 단박에 많은 국민의 시선을 한 몸에 모으면서 중간지대를 견인하고 있다. 때문에 나는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현재의 지지율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결코 안 된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일단 대선 경주에 들어가면 단숨에 그 골이 메워지면서 1~2% 수준의 미세한 차이로 진행될 것이다.
여기서는 어느 후보가 중간지대를 제 편으로 끌어당기느냐에 의해 결정이 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진정성과 헌신 그리고 비전을 어느 후보가 더 잘 보여줄 수 있느냐가 결정하는 것이다.
결코 김문수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반기문 한덕수보다 김문수가 열 배 이상으로 파괴력이 있다. 이재명은 그의 장단점을 냉정하면서도 치밀하게 분석해서 선거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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