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성규(변호사)
배신과 불신의 화신임을 보여준 지난 2년
윤통, 민심을 잃을 짓만 골라서 국정 펼쳐
‘잘못을 깨달았다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
▲ 국민의 힘은 4월 10일 국회의원 총 선거에서 국회이원 300석 중 108석을 얻는데 그쳤다(편집인 주). 자료: 문화방송 발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1.
'나는 조직에 충성할 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이 말은 윤 대통령의 거의 유일한 정치적 자산이었다. 그 덕분에 박근혜 정권에서 미움을 받았고, 다시 그 덕분에 문 대통령 임기 초부터 중반까지 적폐 청산의 중심축으로 승승장구했다.
검찰총장 지위에서, 감히 살아있는 최고권력 문 대통령 뜻을 거슬려가며 조국 민정수석을 수사했다. 박범계ㆍ추미애로 이어지는 검찰총장통제부 장관에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버텼다.
직무 정지까지 당한 끝에 사표를 던지고, '강직하게 일하다 탄압받은 풍운아' 이미지로 단숨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그의 선거운동은 별게 없었다.
보여준 콘텐츠는 없고 그저 호쾌한 사나이, 시원한 어퍼컷 액션으로 일관했다.
그래도 당선될 수 있었던 건,
1) 상대가 그때나 지금이나 대장동게이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재명이었고,
2) 자존심 내려놓고 두 번이나 머리를 굽히며 이준석에게 도움을 청하고,
3) '공동정부'까지 약속하며 안철수와 단일화를 이뤄냈기 때문이었다.
2.
그랬던 사람이 당선 직후부터 안면몰수, 불통의 대명사로 변신했다. 변신이 아니라, 불통이 그의 본모습임을 알게 되었다.
조직에 충성하는 사람들은 다 내치고, 사람에게만 충성하며 아부의 끝판을 달리는 윤핵관으로 인의 장막을 쳤다.
정부 요직은 죄다 검찰 인맥으로 채워버렸다.
당선 직후에 있었던 지방선거는 기세로 보아 여당의 우세가 쉽게 점쳐졌지만, 윤 대통령은 똥 볼을 차기 시작했다.
당내 대선 경선에서 패배해서 반쯤 정계 은퇴상태에 있는 유승민을 다시 정치판으로 불러내더니, 경기도지사 후보경선에서 뜬금없이 김은혜를 밀어주고 유승민을 끌어내렸다. 유승민은 두 번 물먹었다. 비열했다.
'공동정부'라더니, 안철수는 철저히 외면했다. 새 정부 구성과정에서 무시했고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물 먹이고, 당 대표선거에서 외면했다.
이준석은 대선과 지방선거 때까지 다 써먹더니, 망신 줘서 내쫓았다.
전당대회 당 대표에서 수준 미달인 김기현을 당선시키기 위해, 윤핵관을 이용해서 나경원, 안철수를 주저앉혔다.
그렇게 어렵게 당선시킨 김기현조차 하루아침에 끌어내리더니, 윤석열의 황태자 한동훈은 선거 없이 당의 간판으로 추켜올렸다.
김건희 여사는 근신하게 하겠다더니, 취임 직후부터 다이애나 왕비처럼 전면에 내세웠다.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취모터스주가조작사건은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양평 고속도로 노선은 엉뚱하게 처가 땅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채상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책임자 수사는 외압으로 얼룩지고, 해병전우회는 무시당했다.
수사외압 책임자 이종섭은 국방장관에서 물러난 후 다급하게 도주시키느라 호주대사로 임명했다. '도주대사'로 불리는 망신을 자초했다.
국가 R&D예산은 대폭 삭감되고, 카이스트 졸업식 주인공인 과학도는 '입틀막'을 당하며 내동댕이쳐졌다. 과학도시 대전ㆍ충청도민이 상처를 입었다.
'3년 전 예고제'로 운영되는 입시제도를 흔들어가며 갑작스럽게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 사표를 내는 것으로 저항하는 전공의에겐 무기한으로 사표를 반려하고 취업금지와 자격정지 예고로 응수했다.
전시에 병사들의 제대가 유보된다는 얘긴 들어봤지만, 평시라도 사표 제출이 금지되고 업무 계속이 강요되는 직종이 있다는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불평등을 참지 않는 MZ, 불법을 용납할 수 없는 지식인층,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던 해병전우회와 과학자, 의사, 정치적 경쟁자그룹은 그렇게 하나둘, 내쳐지고 떠나갔다.
집토끼 걷어차고 산토끼 외면하며 치른 총선, 대패하는 게 당연했다.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다. 108석을 얻은 게 신기할 지경이다.
3.
때로 실수하는 동물, 그게 사람이다.
며칠 전 강변북로에서 아주 튼튼해 보이는 다리를 봤다.
붕괴되었다가 새로 지은 성수대교였다.
'과즉물탄개'라 했다.
'잘못을 깨달았다면 고치기를 꺼리지말라'는 것이다. 잘못을 바로잡는 건 언제나 때늦은 일이지만, 그래도 그 시점에서 가장 빠르고 옳은 길이다.
김 여사 특검이든 채상병 수사외압 특검이든, 주저할 일이 아니다.
실형선고범 조국, 형사피고인 이재명에게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고 임기를 3년이나 남겨놓고 레임덕에 빠진 건, 누구 탓도 아니고 그저 윤 대통령 자신의 잘못이다.
지금까지의 행태로 봐선 기대할 게 없지만, 윤 대통령에겐 과즉물탄개 밖에, 다른 길이 없다(2024.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