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헌동(김해근대역사위원회 위원장)

임나일본부설, 야마토왜가 경남 식민지배 뜻

가야가 임나라는 것이 임나일본부설 핵심 차지

가야는 42년 건국, 임나는 서기전 33년에 등장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가짜로 보는 식민사학계

일본은 교과서에서 여전히 임나=가야로 가르쳐

▲ 일본역사교과서의 고대 우리나라 지도. 경남과 전남을 식민사관에 따라 일본서기의 임나로 그려 놓고 있다. 출처: 일본역사교과서.
▲ 일본역사교과서의 고대 우리나라 지도. 경남과 전남을 식민사관에 따라 일본서기의 임나로 그려 놓고 있다. 출처: 일본역사교과서.

<일본서기> '임나'는 '가야'가 아니다

가야가 임나라면 우선 가야국과 임나국의 생멸(生滅)이 같아야 한다. 가야는 서기 42년 건국이 되었다. <일본서기>에는 기원전 33년에 임나국의 소나갈질지(蘇那曷叱智) 기사가 나온다. 기원전 33년에 우리나라 가야라는 나라는 없었기 때문에 <일본서기>에 나오는 임나는 가야가 아님을 알수 있다.

김해의 금관가야는 532년에 대가야는 562년에 멸망하였다. <일본서기>에는 623년 임나가 왜에 사신을 파견, 신라가 임나를 공격, 왜가 사신을 임나에 파견, 638년 백제, 신라, 임나가 사신을 왜에 파견, 646년 고구려, 백제, 신라, 임나 4나라가 야마토왜에 공물을 헌납하고 세금을 납부함 등이 나온다. 이것을 보면 멸망한 시기가 다른 가야와 임나는 서로 다른 나라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서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해야 하는가는 1985년 <삼국사기 초기 기록은 과연 조작되었는가>("한국학보" 38)를 발표한 이래 일제의 왜곡된 임나일본부설 및 "삼국사기 불신론" 비판에 학문인생을 걸어오면서, 이 과정에서 300여 편 이상의 학술논문과 30여 권 이상의 학술저서를 출간한 故 최재석 박사의 글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고대사와 한일 고대관계사의 연구사는 처음부터 일본 제국주의의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정치선전의 기능을 해왔다. 백제가 663년 백강전투에서 패함으로써 백제 지배층이 한반도에서 철수한 57년 뒤인 720년에 편찬된 <일본서기>는 누구나 아는 대로 왜곡과 창작이 심한 역사서다. 특히 고대일본과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관계를 크게 왜곡했을 뿐만 아니라 연대까지 조작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역사서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 고대 한일관계사 왜곡의 큰 틀을 만든 쓰다 소키치는 <일본서기>가 백제 중심으로 쓰여진 것을 개정하지 못했던 것을 한탄했다.

조선총독부와 경성제국대학 소속으로 패전 후, 임나의 강역을 경상도에서 전라도와 충청도까지 확대시킨 스에마스 야스카즈도 "일본서기를 진실을 구하는 태도로 대하면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게 된다."고 실토했다. 이들에게 역사는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이 아니라 처음부터 한국 점령을 합리화 하려는 전제에 꿰어 맞춘 정치선전에 불과했다는 자기고백을 하고 있다.

<삼국사기> 불신론을 만든 것도 마찬가지 목적이었다. 일본고대사 학자들은 삼국사기 불신론을 전제로 고대한국은 일찍부터 중국과 일본 두 나라의 식민지 내지 예속국이었다는 전제를 깔고 일본고대사를 언급한다.

1945년 패전 후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으로 일시 약화되는 듯하더니 다시 총독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이들은 누가 보아도 사실인 기사를 조작으로 몰거나 왜곡 해석하고, 누가 보아도 조작이 분명한 기사도 사실의 기록이라고 주장하였으며 시종 모순되고 황당무계한 주장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1945년 패전 후에도 이런 비학문적인 정치선전을 계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인 학자들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도 쉽게 알게 된다.

이병도를 필두로 김철준, 이홍직, 이기백, 이기동, 문경현을 거쳐 김현구에 이르기까지 일본인 식민사학자들이 왜곡시킨 한국고대사 및 고대 한일관계사를 거의 그대로 추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사학 극복에 앞장서야 마땅한 한국사학계에서 오히려 일제 식민사학을 추종하는데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잘못된 주장을 고칠 까닭이 있겠는가?]

공주대학교 김기섭의 <일본 중등 역사교과서의 임나일본부설> 논문(2018)에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일본사회의 보편적인 역사관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일본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에는 임나일본부설이 긍정적인 관점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한다. 임나일본부설을 일본에서는 교육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