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탁 (시민운동가)
[ 광주항쟁 42년, 기록하고 기억한다⑧ ] 계엄군 임신부 조준사격
“우리 딸이 임신을 해갖고 총에 맞았는디, 죽은 사람은 있는디 왜 죽인 사람은 없는 것이오? 세상에 나와 보도 못하고 죽은 내 손자는 어쩔 것이냔 말이오?
세상에 임신한 사람인 줄 뻔히 알면서도 총을 쏘는 그런 짐승 같은 놈들이 어딨냔 말이오? 뭔 죄가 있어서, 뭔 죄를 지었다고 총을 쏴서….”(1988년 광주청문회 증언)
1980년 5월 21일 전남대 부근에서 계엄군이 총에 맞은 학생의 양쪽 다리를 잡고 질질 끌고 가는 걸 목격한 시민들이 놓아 달라고 외치자 계엄군 한 명이 ‘앉아쏴’ 자세를 취했다.
임신 8개월의 최미애님(당시 23세)이 그 총에 맞아 숨졌다. 몸속에서 발길질하던 태아도 엄마 뒤를 따랐다. 시민군(무장)이 등장하기 전에 자행된 민간인 학살이다.
▲ 계엄 반란군 총에 맞은 학생을 질질 끌고가는 것을 끌고가지 말라고 하자 임산부인 고 최미애님에게 반란군은 다시 앉아 쏴 자세로 발포하여 죽였다.
42년 전 오늘(1980년 5월 21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로 61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쳤다. 하지만 발포명령자와 계통을 알고 있을 대대장급 지휘관들(35명)이 입을 안 열고 있다.
3공수여단 장교들이 1980년 5월 20일 여단장 최세창이 광주역에서 허공에 권총 3발을 쏘며 진압을 독려했다고 증언했다.
그날 발포로 4명이 숨졌는데 최세창은 광주역에 없었다고 발뺌한다. 지휘관들 살아있을 때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수사해 입을 열게 해야 한다.
그들은 발포명령과 고문·강간·암매장 등을 알고 있다. 온전한 진상규명이 전두환, 노태우를 정치·사회·역사적으로 부관참시하는 길이다.
▲ 518 광주학살에 참여한 전두환의 반란군들 명단.
“2.2톤 트럭 3대에 부상당한 시민군 200명을 싣고 트럭 하나에 최루탄 2개씩 까서 넣었어. 가면서 안에 한 번 더 최루탄을 터뜨렸지. 광주교도소에 도착해 트럭에 올라가 신음하는 사람들을 대검으로 쑤셨어. 시신 13구를 내려 교도소 담장 근처에 묻었어”
3공수여단이 1980년 5월 21일 오후 전남대에서 광주교도소로 퇴각하면서 한 짓이다. 매장한 시신은 나중에 ‘시체처리반’이 어디론가 옮겼다.
며칠 전 방송된 다큐에서 80년 당시 3공수여단 장교와 병사들이 증언한 내용이다. 여전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행방불명자가 많다.
화해와 통합 강요하지 마라. 반인륜범죄에 공소시효는 없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화해와 통합의 전제조건이다. 당시 여단장과 대대장 조사하라!
▲ 전두환 반란군들에게 이유도 없이 폭도로 몰려 학살당한 시민들이 부지기수다. 아직도 행방불명되어 구천을 떠돌고 있다.
윤석열과 국힘 의원이 5.18 52주년 기념식에 총출동해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국힘은 ‘학살세력의 후예’ 맞다. 하지만 변화하려 노력한다. 표를 의식해서일지언정 긍정적인 변화인 건 분명하다.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전환’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5.18을 민주당이 독점하던 시대는 끝났다. 민주당 정권이 노태우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를 때 이미 끝났다. 5.18은 독재와 억압과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우리 모두의 5.18, 세계의 5.18로 자리 잡아야 한다. ‘님을 위한 행진곡’도 5.18 기념식을 넘어 국가 공식 행사에서 자유롭게 불리는 시대로 만들어가야 한다.
국힘과 민주당이 기억하려는 5.18과 인민이 기억하는 5.18은 달라야 한다. 인민의 5.18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깃발이며 미래로 가는 이정표다. 80년 5월 광주시민이 자유와 해방은 피를 먹고 자란다는 걸 일깨워줬다. 국힘과 민주당이 같이 비호하는 자본에 맞서 한 발 떼기에 목숨을 걸고 싸우는 노동자들이 오늘의 시민군이다. 우리는 살아야 한다. 지금 여기가 ‘오월 광주’다.
▲ 1980년 5월 24일 전남도청 앞 광장
오월은 어디에 있는가 / 백무산
오월은 어디에 있는가
오월을 헤쳐보자
광주는 어디에 있는가
노동자 동지들
광주는 여기서 얼마쯤 떨어져 있는가
광주에 가면 오월을 만날 수 있는가
금남로에 가면, 망월동에 가면
우리의 영웅적 투사를 만날 수 있는가
유족들을 만나면, 무명용사들을 만나면
가슴마다 박혀 있는 붉은 오월 꽃을 볼 수 있는가
어디쯤 오월은 있는가
광주는 이제 한반도 동서남북 어디에나 있다
파쇼의 패악성과 제국주의의 독소를
집중투하한 노동자, 농민의 삶과
영웅적인 투쟁의 대열이 있는 곳
오월은 그곳에 살아있다